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통신사 욕심의 칼날, 인터넷가입을 겨누다

발칙한 단통법

 

여러분, 가계 통신요금은 안녕하십니까?

 

작년 10월, 정부에서 “시장 안정화”와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단통법을 하사하셨습니다.

서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불쌍히 여겨 정부에서 발 벗고 나선 것이었죠.

단통법의 요지는 모두가 차별없이 똑같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이통사들이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벌써 단통법 시행 후 8개월차가 되었는데요,

금년 1분기 "성적표"를 열어보니 애석하게도 이통사들의 주머니가 더욱 두둑해졌습니다.

 

 

wz_2042555497_d99119ca42e35bfa7fbc7fba9a 

 

 

위의 복잡스런 표를 요약하자면,

이통사들이 보조금 경쟁을 할 이유가 없으니 천문학적이던 마케팅비가 축소되었고

그만큼 영업이익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분명히 단통법은 “시장 안정화”와 “가계 통신비 절감”이 목적이었다고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이통사의 이익극대화로 귀결이 된 것입니다.

여기서 이통사 이익이 증가했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지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이 지출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 지갑의 주인은 소비자가 되겠죠.

 

물론 이통사들은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매출이 떨어졌다”고 반론합니다.

 

사실 저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기에 좀 미시적 시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킨집을 창업한다면 2000만원 매출에 100만원 이문을 남기는 것보다는,

1500만원 매출에 400만원 이문을 남기는 길을 택할 것입니다.

(모든 치킨집 사장님의 마음이 매한가지일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물론 매출규모가 클수록 투자 유치나 고용 확대 등의 선순환을 안겨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5700만명이나 가입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매출 규모를 운운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겠죠.

 

 


다음 목표, 인터넷가입

 

통신사들은 휴대폰 시장에서 이익의 깃발을 쟁취하고나서 다음 타겟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19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초거대 시장, 초고속 인터넷가입이죠.

 

IMF시절, 정부의 IT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넷 속도와 품질을 자랑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가정을 찾는 게 힘든 수준이 되었죠.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메이저 3사 통신사(SK, LG, KT)는 물론이고

유선사업자들이 “사은품”을 바탕으로 가입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 모습은 휴대폰 업계의 “보조금”과 동일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단통법의 “보조금 제한”과 비슷한 정책을 초고속 인터넷가입 분야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친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 벗고 나서주셨는데,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사은품 지급의 한도금액을 정해놓고 그 이상 보조금(사은품)을 지급하면 아니된다"고 규정한 것이죠.

 

이 프레임은 단통법과 완벽하게 깔맞춤(?)으로 데자부됩니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논리적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초고속 인터넷가입 분야에도 방통위의 보조금 압박이 지속되면 ->

사은품 혜택이 줄어들면서 고객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

인터넷을 교체해야하는 당위성 또한 적어집니다 ->

공공재 성격을 띄는 상품이기 때문에 절대 수요가 줄어들 수는 없고

(설마 인터넷 없이 산속으로 들어가실 분 계십니까?) ->

공급자들은 예전처럼 마케팅비를 천문학적으로 지출하면서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 ->

결국 통신사들의 大평화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휴대폰 시장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통신사 이익극대화의 반대급부로 가계 통신비 부담이 가중되고

이를 취급하는 대리점 또한 많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논리적 추론이 맞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죠.

 


 

[대리점에 갈 이유가 사라졌으니, 수많은 영세업자들이 손가락을 빨게 됩니다. 나중에는 짠맛이 없어질 것입니다]

 

 

 

 

스마트 컨슈머의 몰락

 

대한민국 전역에 연결된 인터넷은, 소비자 의식 수준을 높이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TV, 신문, 라디오 등 일방적 정보를 취득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스스로 참여자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소비자 스스로가 매체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파워블로거도 좋은 예제입니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지요)

 

 

휴대폰 시장에서는 뽐뿌나 호갱천국과 같은 초대형 정보 포럼이

스마트컨슈머(현명한 소비자)를 양산하는데 일등공신이 되어 주었습니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스마트한 컨슈머를 넘어 블랙 컨슈머(비양심 소비자)까지 양산되었으니까요.

 

물론 이런 부작용도 있었지만,

소비자 정보공유와 확산은 좀 더 현명하고 알뜰한 소비를 촉진한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단통법과 같은 정책은 고객 선택의 폭 자체를 줄여버리기 때문에,

정보 격차를 더욱 늘여버리거나 혹은 정보 취득의 필요성 자체를 말살시켜 버립니다.

일명 “플랜B의 부재”라고 쓰고 “노답”이라고 읽는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즉,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한 대안이 부재한 것입니다.

또한 모든 정보는 더욱 교묘해지고 음성적으로 진화하여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를 야기합니다.

 

이미 휴대폰 시장의 경우에도 불법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소수만을 위한 채팅방을 운영하는 등, 다소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으로 회귀한 것이 사실이죠.

 

 

 

wz_2042555497_794cdb9c73f8c687c66ee249c6 

[보조금 정책을 몰래 어기는 판매자 접점을 "좌표"라고 부릅니다, 이는 007 첩보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그나마 휴대폰 시장의 경우에는 뽐뿌라고 불리우는 초대형 정보 포럼이 소비자에게 우산 효과를 제공했지만,

인터넷가입 분야의 경우에는 백메가 같은 콘텐츠 웹사이트 이외에 소비자 우산효과를 제공해주는 장소가

별로 없다는 것이 치명적 문제입니다. 정보 공유를 하는 주체가 적기 때문에,

현명한 소비자가 양산될 수 있는 계기가 적은 것이죠.

 

 

 

알면 스트레스, 모르면 호갱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빨간약과 파란약 중 어느 약을 복용할 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빨간약을 먹으면 “진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었는데,

만약 제가 영화속 주인공이었다면 그냥 파란약을 먹고 편한 마음으로 살았을 것 같습니다. 

 

단통법이 가져다 주는 진짜 현실은, 현명한 소비에 대한 강요와 스트레스를 줄 수 있겠죠.

하지만 모르고 지나친다면 일명 "호갱님"이 되어버립니다.

 

통신사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발휘하고,

정부정책은 통신사의 전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시점에서 “통피아”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으니 역시 말을 아껴봅니다)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고마운 정보제공자들 또한 적어지고 있습니다.

“적당한 중간지점”을 찾기 힘든 시절인 것이죠.

 

 

문득, 중학교 시절 사회시간에 배웠던 국민경제의 3대 주체가 떠오릅니다.

가계, 기업, 정부는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경제를 이루어간다고 배웠던 것 같은데,

아마 제가 공부를 게을리 했거나 유토피아적 망상을 가졌을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네 어린 시절은 "대통령"을 꿈꾸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말이죠,

여러분은 어떤 약을 드시겠습니까? 빨간약입니까, 파란약입니까?